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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은 거래되고 강북은 멈췄다: 갭투자 규제 이후 서울 아파트를 다시 보다

10·15 대책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은 하나의 지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온도를 가진 여러 개의 지도로 갈라지고 있다.
강남3구는 여전히 거래가 이어지는데, 강북구는 거래가 ‘0건’인 구간이 생겼고 40억 원에 육박하는 분양가는 흥행을 기록하는데 공공분양은 미달을 걱정해야 한다.


강남3구만 움직이는 시장, 멈춰버린 강북

10월 15일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4건 중 3건 이상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같은 기간 강북구의 거래는 ‘0건’으로 집계되면서 서울 안에서조차 거래의 편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 강남3구 거래 비중: 약 75% 수준
  • 강북구 거래 건수: 0건

강남3구는 여전히 높은 자산가치 인식과 풍부한 유동성을 가진 수요층 그리고 “어차피 오를 곳은 오른다”는 기대 심리가 맞물리며 거래가 유지되고 있다.

반대로 강북·외곽 지역은 규제에 따른 대출 부담, 가격 조정 가능성에 대한 불안 “지금 사도 되나?”라는 심리적 관망이 겹치면서 거래가 말 그대로 멈춰 있는 지도처럼 보인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누군가에겐 ‘기회’지만, 누군가에겐 ‘정지화면’인 시장이다.”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통계 폐지 논란. 정보냐, 자극이냐

이 와중에 정치권에서는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통계를 없애자는 주장이 다시 등장했다.

여당 일각
- 통계가 부정확하고, 너무 자주 나온다
- 오히려 시장을 자극하고 불안 심리를 키운다는 비판
반대 측 전문가들
- 공공 통계를 없애면 시장 투명성 저하
- 민간 통계만 남아 정보 비대칭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

집값이 오르면 통계가 “불난 데 기름 붓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집값이 내리면 정부가 “나쁜 숫자를 숨기려 한다”는 의심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통계의 문제는 존재 그 자체보다 “어떻게 쓰이고 해석되느냐”에 가깝다.
사라진 통계는 단기적으로는 조용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신뢰의 공백을 남길 수 있다.


40억 분양은 흥행, 공공분양은 미달: 수요의 잔인한 선택

최근 대전 사례이긴 하지만, 한국 부동산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뉴스가 있다.

  • 3.3㎡당 4,000만 원이 넘는 초고가 분양 가장 넓은 평형 분양가가 40억 원에 육박했음에도 청약 흥행
  • 같은 시기 공공분양 단지는 대규모 미달 사태

이 상황을 요약해보자면

  • 민간 초고가 분양
    – 입지·학군·브랜드가 좋으면, 가격이 높아도 수요가 꽉 찬다.
  • 공공분양
    –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입지·상품성, 생각보다 높게 느껴지는 분양가
    – “굳이 여기여야 하나?”라는 고민 끝에 미달

이는 서울 시장에서도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다.

  • 정말 원하는 입지의 아파트에는 여전히 쏠림
  • “애매한 상품”은 공공이든 민간이든 외면

정부 입장에서는 “공급을 늘렸다”고 말할 수 있지만 수요자 입장에서는 “살 만한 곳의 공급이 늘었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갭투자 규제 이후, 77% 감소한 거래와 시장의 숨 고르기

서울시는 10·15 대책을 통해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를 사실상 막는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는 숫자로 곧바로 나타났다.

지역거래량 감소율
서울 전체약 77% 감소
영등포구약 93.9% 감소

갭투자 금지 이후 나타난 변화는 두 가지 방향으로 읽을 수 있다.

  1. 투기적 거래의 급감
    – 레버리지로 단기 차익을 노리던 수요가 사라짐
    – 실수요 중심으로 구조가 바뀌는 전환점
  2. 거래 절벽·관망세 확대
    – 대출·전세 레버리지를 못 쓰는 실수요자도 덩달아 위축
    – “지금은 움직이지 말자”는 공통된 심리 확산

단기적으로는 가격을 눌러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거래 기반 자체가 약해지는 부작용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실거주 의무 시행 직전 ‘5일장’ 막차를 타려는 사람들

규제의 힘은 시행 직전의 시장에서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다.

실거주 의무가 본격 시행되기 전 단 5일 동안 서울에서 3,000건이 넘는 아파트 거래가 몰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월 한 달 거래량의 상당 비중이 이 짧은 기간에 집중되며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부동산 5일장’, ‘막차 수요’라는 표현을 썼다.

특징적인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 규제 전 마지막으로 전세 끼고 매수하려는 수요 폭발
  • 실거주 의무를 피하려는 전략적 매도·매수
  • 규제 시행 이후에는 오히려 거래가 급감하며 시장이 얼어붙는 패턴

즉, 규제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장을 바꾸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시행 전 단기 과열 → 시행 후 급랭이라는 롤러코스터 구간을 만들기도 한다.

“정책은 날짜로 발표되지만,
시장은 그 날짜 전후의 심리 곡선으로 움직인다.”


‘강남 쏠림’과 ‘거래 절벽’ 사이에서 우리가 볼 것들

지금 서울 아파트 시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키워드들이 동시에 존재한다.

  • 강남3구 거래 집중 vs 강북·외곽 거래 실종
  • 주간 통계 폐지 논란과 정보의 투명성 문제
  • 초고가 분양 흥행 vs 공공분양 미달로 드러나는 수요의 선택성
  • 갭투자 규제 이후 77% 거래 감소라는 강력한 정책 효과
  • 실거주 의무 시행 직전 5일장으로 대표되는 규제 직전의 과열

이 모든 조각을 종합하면 서울 부동산 시장은 단순히 “오르냐, 내리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에 거래와 자금이 집중되는지, 어떤 규제가 누구에게 더 무겁게 작용하는지, 공급의 숫자보다 ‘살 만한 집’ 의 공급이 얼마나 되는지, 이 3가지를 함께 살펴봐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는 일은
가격을 맞히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디로 움직이고 멈추는지를 읽는 일이다.”

투자자든 실수요자든 지금 같은 시기에는 한두 개의 지표나 기사에 올인하기보다는
지역·정책·자금 흐름을 나눠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강남과 강북의 온도 차이를 읽는 순간 내가 서 있어야 할 자리도 조금 더 분명해진다.